목회편지

목회편지2020.10.03. - 가을의 기도

20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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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 1956


* 1913년 평양에서 목회자의 아들로 출생하여 21세의 나이에 등단.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교직에서 파면되었으며, 아버지와 누이동생과 함께 투옥되어 고문을 당했고 이 일로 누이동생이 사망. 이후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해방이 오기까지 절필. 조선대학과 숭실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한인문인협회 학회장을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