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2020.12.27. -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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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며




코로나는 작은 교회들을 무너뜨릴 만큼 큰 변수임에도, 많은 지체들이 본인들도 힘들 텐데 작은 힘을 보태 헌신하며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2020년은 파란만장했던 만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많이 체험한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주마음교회가 개척된 지 다음 주일이면 만 1년이 됩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은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신실하게 이끄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여지 없이 보여줍니다.


작년 봄, 박은조 목사님의 은퇴가 정해졌을 때, 저는 '앞으로 2-3년 간 후임목사님을 도와 섬기다가 다음 스텝으로 인도 받는 게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은퇴식을 지켜보던 제 마음 속에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진명아, 네 역할은 여기까지야." 스스로 역할이 많을 거라고 여기던 저에게, 지금 내려놓으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은혜샘물교회가 내가 섬겨야 할 곳이라고 생각해서 윤만선 목사님과도 대화를 이미 나누었는데, 내려놓으라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 마음을 꾹 누르려 애쓰며 몇 달을 지내는데, 결국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서너 번을 보여주시는 터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답답했는데, 사임을 하면 그 다음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목회지, 선교지, 혹은 특수사역으로 부르시는 건지 기도만 했습니다. 저를 부르는 곳들이 있어, 혹시 인도하심인지 확인하려고 대화하거나 만남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여름을 지나며 주님은 제가 별로 고려해 보지 않았던, 피하고 싶은 길로 부르셨습니다. 교회를 개척하라니. 아닐 거라고 부인해 보려 했지만, 하나님은 이미 뭔가를 시작하고 계셨습니다. 영혼구원이 이루어지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 교회개척이라는 통계를 만났을 때에는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개척을 담임목사님이 허락하셔도 안 하셔도 인도하심으로 받고 순종하겠습니다'라고 기도한 후 찾아갔는데, 동의해 주시면서 고생스러운 길을 염려해 주셨습니다.


11월말 당회에서 저의 사임이 연말로 정해지고, 12월부터 '복음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모임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가정집을 열어주신 분들 덕분에 동백권과 분당-서울권으로 나뉘어 모여 기도했습니다. 12월 15일의 개척파송기도회에서는 은혜샘물교회 교역자들이 사회, 찬양, 기도인도를, 그리고 윤목사님이 설교를 맡아 축복해 주셨습니다.


한 성도님의 헌신으로 기적적으로 만난 광교의 빈 사무실에서 성탄예배와 송구영신예배를 드렸고, 올 1월 5일에 주마음교회 첫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사무실은 주중에 쓸 수 없는 곳이었기에, 현재의 신봉동 예배당을 포함한 여러 장소를 여러 지체들이 열심히 발품을 팔며 알아 보았습니다. 결국 처음 보여주신 신봉동 예배당이 최적의 장소임을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 지체들의 헌금과 은혜샘물교회 동역자 몇 분들이 후원헌금과 물품을 보내주셔서, 목돈이 없었음에도 예쁜 예배당으로 꾸밀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러던 와중 2월 코로나를 만났고, 어떻게 하면 예배를 멈추지 않을까를 상의하자 지금의 섬김이들이 헌신하여 온라인예배가 가능하게 하셨습니다. 여러 교육부서 섬김이들이 나타나 개척교회임에도 각 부서들이 다 가동되게 하셨습니다. 좋은 교역자들을 세우셨습니다. 교육공간이 부족하자 304호를 주셨습니다. 제가 사무행정에 눌려있자 사무실장님을 세워주셨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예산과 놀랄만큼 비슷하게 채워주셨습니다. 코로나는 작은 교회들을 무너뜨릴 만큼 큰 변수임에도, 많은 지체들이 본인들도 힘들 텐데 작은 힘을 보태 헌신하며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2020년은 파란만장했던 만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많이 체험한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2020년 12월26일, 주안에서 하나 된 동역자

정진명 형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