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2020.03.14. -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의 교회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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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평화는 우리에게서 재난과 죽음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재난과 죽음의 한 가운데에서도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약속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그것들을 극복하셨기 때문입니다.

로마 제국의 박해를 받던 초대 교회는 예배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박해를 피해 카타콤(지하묘지)으로 들어갔고, 약 10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수백 명이 모여 예배하기도 했습니다. 카타콤에 머무르는 동안 전염병이 돌아도 피할 길이 없어 삼분의 일이 죽는가 하면, 밖으로 나올 때에는 거의 장님이 될 정도로 시력을 잃곤 했습니다.


1346년부터 퍼지기 시작한 '흑사병'은 당시 유럽인구의 약 3분의 1을 죽게 했고, 이후로도 몇 차례나 찾아와 유럽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었습니다. 16세기 유럽에 다시 페스트가 돌았을 때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그리스도인들도 교회와 도시를 버리고 피신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죽음의 역병으로부터 피신해야 하는가>라는 편지를 써서 답했습니다. 이 편지와 루터의 행동을 통해 몇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 루터는 다른 사람을 보살펴줄 책임이 있는 사람은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고 죽기 전에 성찬을 베풀어 줄 선한 목자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곳에도 필요하며, 시장이나 판사, 의사나 경찰관 같은 사람들도 자리를 지켜 직무를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나 후견인도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를 돌보듯이 병자와 부상자를 돌보라고 권고했습니다.


둘째, 루터는 무조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본성을 주신 것은 하나님이기에, 우리는 가능한 한 최대한 질병을 막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검역이나 진찰 등의 의료 조치를 적극 권했으며, 믿음을 내세우며 이를 무시하는 태도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셋째, 루터는 그리스도인이 전염병을 피하는 것을 믿음 없는 행동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은혜에서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자신이 책임을 맡은 자가 아니라면, 자신의 믿음과 판단에 따라 전염병으로부터 멀리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 루터는 할 수만 있다면 전염병을 예방하고자 했습니다. 주변지역에 흑사병이 돌자 그는 예방차원에서 1527년 7월말부터 10월말까지 함께 모이는 사역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흑사병은 그가 섬기던 도시 비텐베르크에도 유행하고 말았습니다.


다섯째, 루터 자신은 전염병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피신하여 전염병을 피하라는 선제후 요한의 명령을 거부하고 비텐베르크에 남아 설교와 강의를 지속했습니다. 그의 지도를 따라 교회는 병자를 돌보는 사역을 계속했습니다.


올해 초, 우한의 한 익명의 목사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공개편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는 우리에게서 재난과 죽음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재난과 죽음의 한 가운데에서도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약속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그것들을 극복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사랑하는 주마음교회 지체들과 이 나라를 붙드시기를 축복합니다. 지난주에 드린 '조국과 교회를 위한 기도문'으로 계속해서 매일 기도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3월14일, 주안에서 하나 된 동역자

정진명 형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