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2020.02.01. - 예배당과 교회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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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이요 구원자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면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한 교회임을 똑똑히 가르쳐줍니다."


초대교회는 별도의 교회 건물이 없었습니다. 유대인이었던 초대교인들은 자연스럽게 성전 주변이나 회당에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행2:46, 행5:12). 


복음을 듣고 점차 믿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예루살렘 교회는 적어도 8천명 이상, 많게는 3만 명 이상의 성도가 있었지만 이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은 있을 리 없었습니다. 그래도 말씀의 능력이 넘치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교회였습니다.


별도 건물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교회는 가정집에서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었습니다. 종종 한 성도의 집이 넓어 100명이 넘게 모일 수 있었던 예도 있습니다(행1:15). 현재까지 고증된 가장 오래된 예배당은 3세기 중반(233~256년)에 지어진 교회인데, 이 역시도 가정집을 예배장소로 개조한 것입니다. 로마황제들의 박해에 의해 예배당들이 파괴되고 핍박을 피해 동굴 속(카타콤)에서 예배하기도 하던 시기를 지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313년)한 이후에 비로소 본격적인 예배를 위한 건축물들이 본격적으로 지어졌습니다.


11세기부터 대성당(cathedral)이라고 부를만한 큰 규모의 예배당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약 400년간 유럽 곳곳에 대형 예배당들이 세워졌습니다. 이때부터 예배당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하나님의 영광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현상이 두드러졌고, 사람들은 예배당을 신성시하며 '성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을 압도하는 웅장한 건축물이 하나님의 임재를 대신하고, 그곳에서의 엄숙한 예식이 신령과 진정의 예배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사제가 모든 사역을 하고 신도들은 그것을 관람하는 역할로 전락하면서, 성도라면 누구나 예수의 제자로서 가서 제자 삼고 목양하는 사역을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천 년의 잠'이라고 불리는 중세의 긴 영적침체였습니다. 건물 중심의 신앙생활은 특정 사제/목회자 중심의 신앙생활과 맞닿아 있으며, 본질 중심의 신앙생활과 다른 길입니다.


하나님은 주마음교회가 건물이 없는 시기를 지나도록 인도하고 계십니다. 이는 우리에게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멋지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이요 구원자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면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한 교회임을 똑똑히 가르쳐줍니다. 이 생생한 교육은 우리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축복임이 분명하지요. 사무실을 잠시 빌려 모여도 이미 완전한 교회이고, 그마저도 없어 가정집에 나뉘어 모여도 이미 온전한 주님의 교회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시기를 겪게 될까요? 우리 주인 마음대로 하실 것입니다. 복 되신 주 예수를 신뢰합시다!


2020년 2월1일, 주안에서 하나 된 동역자

정진명 형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