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2020.04.11. - 기독교와 선거 (손봉호 교수)

20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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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독교인들은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그것은 시민의 의무일 뿐 아니라 돈, 연고 등 올바르지 못한 이유로 투표하는 사람들의 상대적 가치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기독교인의 정치관 형성에 유익한 손봉호 교수의 몇 해 전 글인 <기독교와 선거>를 아래와 같이 요약하여 나눕니다.


1.기독교와 정치

아브라함 카이퍼는 “모든 것에 절대주권을 행사하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인간존재 영역에서 ‘내 것이다!’ 할 수 없는 부분은 한 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는 인간 활동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므로 하나님의 절대주권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현대 국가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졌고 우리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한다. 국가만이 법적 처벌, 군인 징발, 세금 징수 등의 권한을 가지며, 복지, 문화, 학문, 예술 모든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는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강해진 국가가 그 권한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다. 이를 그리스도인들이 무관심해 한다면 중요한 책임회피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한 편으로 나그네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청지기이기 때문이다.


2.민주주의와 정의

인류사의 정치제도 중에서 민주주의가 가지는 우수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동등한 권리를 향유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기본인권을 가지고 있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생각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있다. 민주주의가 기독교 문화에서 시작되고 발전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무식하고, 무능한 사람도 다른 사람 못지않게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고 존엄한 인간으로 취급된다는 것이 바로 성경이 가르치는 정의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사랑하시지만 특히 약한 자들에게 좀 더 관심을 쓰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신다. 예수님도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셨지만 특히 병든 자와 장애인을 고치시고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파하셨다. 


3.민주주의와 부패

“모든 권력은 부패할 경향을 가지고 있고,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튼의 말처럼 권력을 독점하면 반드시 부패한다. 인간의 전적부패를 강조한 종교개혁시대 신학자인 칼빈은, 민주주의가 그 자체가 선해서가 아니라 다른 제도보다는 인간의 악을 더 잘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할 만함을 가르쳤다. “군주가 주권을 가지게 되면 그들 자신의 기분과 선호에 따라 판관들을 임명하고 야심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다.”


물론 민주주의에도 약점이 많다. 특히 다수의 결정은 소수의 전문가의 결정보다 대부분 못하다. 그래도 현실적으로도 매우 우수한 제도다. 권력의 독점을 막고 권력을 분산시켜 부패를 막기 때문이다. 삼권분립, 주기적인 선거, 정권교체 등은 모두 부패를 막는 데 필수적이다.


권력이 부패하고 사회질서가 무너지면 반드시 약자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크게 고통을 당한다. 강자는 손해를 봐도 치명상을 입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부패를 막고 약자를 보호하는 최선의 제도라면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보다 더 민주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 공헌해야 할 것이다.


4.기독교인과 선거

선거는 민주주의의 시작이고 핵이다. 선거가 자유롭고 공명하게 치러지면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선거부정은 막아야 한다. 오늘 한국 선거가 이만큼이라도 공명하게 된 것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과 시민운동가들이 그들의 시간, 돈, 정력을 바쳤기 때문이다. 4.19 혁명 때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명선거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고 이미 1987년에 <공명선거기독교대책위원회>을 만들어 시민운동를 벌였다. 1982년에 조직되어 선거법 개정에 크게 공헌한 <공명선거시민운동협의회>도 기독교인들이 시작했다. 한국 교회는 그 유산을 잘 살려서 선거부정을 저지르지 않을 뿐 아니라 저지르는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으며 고발하는 것이 의리를 지키는 것이다.


물론 기독교인들은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그것은 시민의 의무일 뿐 아니라 돈, 연고 등 올바르지 못한 이유로 투표하는 사람들의 상대적 가치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