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2020.04.04. -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아감에 대하여

20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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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인생'을 구하신 하나님 앞에서 참 '인간다운 일'을 지속해 갑시다. 사랑하고, 예배하며, 영혼 구합시다.

영국의 문학가이자 기독교 저술가인 C. S. 루이스는 1948년에 많은 사람들이 원자폭탄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사는 것을 보며 "원자의 시대를 살아감에 대하여"(On Living in an Atomic Age)라는 글을 썼습니다. 최근 한 기독교 저술가(Matt Smethurst)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 시대에도 70여년 전에 쓰여진 루이스의 글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원자폭탄'이라는 단어를 '코로나 바이러스'로 바꾸어서 읽어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대로 한 번 해볼까요?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아감에 대하여"(1948)


어떤 면에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대에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지?"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왜요, 마치 매년 런던에 전염병이 돌던 16세기에 사는 게 더 나았을 것처럼. 아니면 마치 스칸디나비아 약탈자들이 어느날 밤 갑자기 상륙하여 사람들의 목을 따곤 했던 바이킹 시대에 사는 게 더 나았을 것처럼.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이미 암이 지배하는 시대, 매독이 창궐한 시대, 중풍과 마비의 시대, 공습의 시대, 철도사고의 시대, 자동차사고의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다시 말해, 우리가 처한 상황의 특수함을 지나치게 과장하면서 시작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정말 확실한 것은,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이전부터요. 우리들 중 꽤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죽게 되겠지요. 물론 우리 조상들에 비하면 우리는 크게 유리한 점이 있긴 해요. 고통을 줄여줄 마취제가 있다는 점. 

과학자들이 우리가 일찍 고통스럽게 이 세상을 떠날 경우의 수를 하나 더 밝혀냈다고 해서, 울상을 하고 다니거나 두려움에 흐느끼며 살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세상은 이미 죽음의 확률로 가득 차 있고, 죽음은 사실 확률이 아니라 확정된 것이니까요.


제가 주장하려는 첫 번째, 우리가 취해야 할 첫 번째 행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하나로 묶여 협력하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모두를 무너뜨리는 상황을 가정해 보더라도, 분별력 있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면서 그 상황을 만납시다. 즉, 기도하고, 일하고, 가르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아이들을 씻기며, 운동을 하고, 친구와 즐겁게 대화하는 일을 여전히 하면서요. 겁에 질린 양떼마냥 모두 웅크린 채 바이러스만 되뇌이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우리의 몸을 멸할 수 있을지 몰라도(어차피 우리가 죽을 때 미생물들이 하는 일이죠),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도록 허락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 C. S. 루이스


전염력이 특출나게 강한 바이러스의 시대에 철저한 방역과 예방은 필수이며, 기독교인들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인간다운 활동들이 모두 멈춰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죽음과 바이러스의 위협을 실제보다 더 과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암 전성시대, 치매와 마비의 시대, 각양각색 정신병과 자살의 시대, 국제분쟁, 성별전쟁, 경제전쟁, 법적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지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인생'을 구하신 하나님 앞에서 참 '인간다운 일'을 지속해 갑시다. 사랑하고, 예배하며, 영혼 구합시다.


2020년 4월 4일, 

주안에서 하나 된 동역자 정진명 형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