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2020.11.06. - 내 눈을 감기세요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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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을 감기세요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


손으로 잡듯이 심장으로 잡을 겁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때는 내 피가 흘러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20세기 오스트리아 시인. 독일어권 문학 뿐 아니라 윤동주 등의 동시대 한국 시인들에게도 영향을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