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2021.11.14 - 걱정마, 주는 할 수 있어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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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학부모에게 입시가 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능이나 면접에서 자녀가 잘하건 혹은 실수하건 간에 자녀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은 조금도 흐트러지거나 어긋나지 않는다는 세계관 때문입니다.


매년 이 시기에 쌀쌀해지는 것이 날씨 말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수능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입니다. 모두와 경쟁하는 기분, 포기할 수도 낙관할 수도 없는 막막함, 잘못하면 인생이 내리막일 것 같은 두려움으로 마음은 차가워집니다. "넌 할 수 있어"라는 말도 부담으로 들립니다.


그래서일까요? 매년 대구의 팔공산 갓바위는 수험생 부모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기도하면 이뤄진다고 믿어, 매년 수능을 앞두고 수많은 학부모가 다녀갑니다. 몇 해전에는 한 유명 업체가 팔공산 등 '전국 4대 기도명소'로 고3 학부모들을 데려다주는 시즌 여행상품까지 만들었다고 하지요. 웃으며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간절한 부모들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비명이, 사회의 신음소리가 들립니다.


그리스도인 수험생에게 입시는 무엇일까요? 예수 믿어도 시험이 면제되거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에 따라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들은 그리스도인에게도 같습니다.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은사와 분량 안에서 힘껏 '개인적 탁월함'을 추구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입시는 분명히 다른 색깔입니다. 인도하심에 대한 확신 때문입니다. "수능 점수가 평상시보다 더 잘 나오건 못 나오건 상관없이 하나님이 인생을 정확하게 인도하신다"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 학부모에게 입시가 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능이나 면접에서 자녀가 잘하건 혹은 실수하건 간에 자녀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은 조금도 흐트러지거나 어긋나지 않는다는 세계관 때문입니다.


이 진리가 수험생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이기게 합니다. 이 믿음이 학부모로 하여금 욕심을 이기게 합니다. 입시의 계절을 지나는 학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일은 바로 이 진리에 대해 자녀와 대화하며 위대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일입니다. "너는 할 수 있어" 대신 "걱정마. 주님은 하실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내 아이가 수험생이 아니어도, 이 땅의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을 기억하며 기도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이 시기에 함께 우리의 왜곡된 교육제도에 대해 회개하고 그 개선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11월 18일에는 수험생 부모모임이 있습니다.이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교제하는 시간입니다. 팔공산 갓바위 말고, 영원한 반석 위에 섭시다.


2021년 11월 13일, 주안에서 하나 된 동역자

정진명 형제 올림


* 몇 해 전 썼던 글을 다듬어 주마음교회 지체들과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