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 2021.04.04 - 조용한 부활절과 작은 방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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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교회는 시작되었습니다. 

건물도 조직도 있기 전에, 

오직 죽으시고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만으로 그들의 작은 방은 이미 완전한 교회였습니다.


매년 부활절이 되면 교회는 특별히 준비된 찬양, 발표, 행사로 기쁨을 표현해 왔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없다면 기독교는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니 기독교인들이 이 날을 중요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루하루 숨가쁘게 살다보면 예수님을 사실상 '가슴에 간직한 좋은 분' 정도로 대하곤 하는 우리들에게 부활절은 주 예수의 살아 통치하는 왕이심을 일깨워 줍니다.


작년 부활절에 이어 올해도 우리는 자유롭고 흥겨운 부활절 행사를 할 수 없습니다. 현장예배 인원을 제한해야 하고, 교육부서는 격주로 나와야 합니다. 모여서 찬양연습 한 번 시원하게 하기 어렵습니다. 부활절 계란을 받고 성경퀴즈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조용한 부활절은 안타까운 것일까요?


조용한 부활절은 우리를 제자들의 방안으로 데려갑니다(요20:19). 실망과 우울, 두려움과 좌절 속에 문을 닫아 걸고 격리되어 있다시피한 그들에게 오직 한 분, 주 예수만 유유히 다니시면서 자신의 부활을 나타내 보여주십니다. "샬롬." 어떤 행사도 떠들썩함도 없이 오직 그의 음성만 들리는 가운데, 제자들은 좌절 대신 감격을, 절망 대신 평화를 얻습니다.


그렇게 교회는 시작되었습니다. 부활의 증인들이 바로 그 부활의 날(일요일)에 매주 모여 그를 경배함으로써. 건물도 조직도 있기 전에, 오직 죽으시고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만으로 그들의 작은 방은 이미 완전한 교회였습니다. 그들이 모이는 것도 부활하신 예수 때문이요, 그들이 흩어져 세상에서 사는 것도 부활하신 주인 때문입니다. 이것이 교회입니다. 이것이 기독 공동체입니다.


부활의 증인으로 살고 싶다면, 제자들의 작은 방 모임, 즉 목장과 모둠모임에 목숨을 거십시오. 이래서 거르고 저래서 빠지는데 내 삶에 부활의 능력이 실재할 거라고 믿지 마십시오. 목장 모임 소홀히 하면서 성령의 돌파하는 역사(break-through)를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부활 첫 날 제자들의 조용한 방은, 작은 모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합니다. 부활의 예수는 수만 명이 참여한 유명 행사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나타나 감동을 선사한 것이 아니라, 삼삼오오 모인 예수의 사람들의 나눔 중에 나타나셔서 부활주의 평화로 덮으셨습니다.


조용한 부활절은 본질에 주목할 것을 요구합니다. 사나 죽으나, 먹든지 마시든지, 일하든지 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부활의 증인으로 거기 존재하라고. 조용한 부활절은 소그룹 공동체가 가지는 기독교적 본질에 대해 웅변합니다. 두려움과 좌절까지도 나눌 수 있는 제자들의 작은 방, 한숨이 기도를 만나 찬송이 되는 목장, 사랑이 쌓여 영혼구원이 이뤄지는 증인공동체가 되라고. 우리가 안타깝다 여긴 이 조용함은 어쩌면 정확한 주님의 섭리 아닐까요?


2021년 4월 3일, 주안에서 하나 된 동역자

정진명 형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