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목회편지2021.04.18 - 기독교 장례용어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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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 (전도서 7:2)


지난 주간 우리 지체 중 한 가정이 장례를 치렀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에도 유족들이 믿음을 고백함이 감사했고, 교회의 동역자들이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감사했습니다. 주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 하시기를 구합니다.


이번 일은 우리 교회가 '주관교회'가 된 첫 장례이기도 했습니다. 주관교회는 임종 후 예배를 시작으로 입관, 발인, 화장(매장) 등의 주요 순간마다 예배를 인도하는데, 이는 한 지체가 겪는 일을 온 교회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이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서셔서 심판하시는 주님께서 모든 일을 주관하신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기독교신앙은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어 놓기에, 흔히 쓰는 장례의 개념과 용어를 바꾸어 놓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명복(冥福)이라는 말은 '어두운 곳에서의 복', 즉 저승에서 받는 복을 의미하는 불교용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자가 죽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감을 믿는 자들은 "하나님의 평강을 빕니다"라고 인사합니다. 고인이 신앙이 없었을 경우에는 유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하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라고 인사할 수 있습니다.


2) "미망인(이 되신 ㅇㅇ성도)"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미망인(未亡人)'은 왕이나 귀족이 죽었을 때 처자와 노비를 함께 매장하던 순장제도에서 온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고인의 부인(아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3) "영결식, 고별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영결(永訣)'이라는 말은 "죽은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낸다"는 의미를 가진 유교용어로, 고인과 영영 만날 수 없다는 믿음을 내포합니다. 고별도 비슷한 의미로 씁니다. 그렇기에 신자들은 '장례식'을 사용합니다.


전통적 용어 중 그대로 써도 무방한 것들도 있습니다. "삼가 조의(弔意)를 표한다"는 것은 슬픔을 함께 한다는 의미이고, '근조(謹弔)'는 슬픈 마음을 표시한다는 뜻이기에 우리의 신앙에 배치되지 않습니다. 물론 신자의 장례식에서는 슬픔과 그리움만이 아니라 부활과 소망이 강조되어야 하겠지요. '고인', '성묘', '상주' 등도 무방합니다. '소천(召天)'이라는 말은 "하늘의 부름"이기에 엄밀히 따지면 '소천 받다'가 좋겠지만, 널리 쓰였기에 받아들여진 기독교적 관용표현으로 보자면 "ㅇㅇ님이 소천하셨다"는 말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 (전도서 7:2)


*비슷한 예로, '축복(祝福)'은 문자적으로는 "복을 빈다"가 되므로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표현은 이상하다는 논의도 있으나, 기독교 안에서 오랫동안 '하나님이 주시는 복'의 의미로 쓰여왔기에 하나의 관용표현으로 국어사전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2021년 4월 17일, 주안에서 하나 된 동역자

정진명 형제 올림